목록반려견이야기 (2)
엘리의 정원

새벽 네 시에피코가 저를 깨웠어요.나가자고 했어요. 하지만 너무 피곤했어요.잠든 지 얼마 안 됐고,점심엔 가족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거든요.그래서 “하우스~”라고 외치고그냥 다시 잠들었어요. 다섯 시가 됐을 때피코가 또 깨웠어요. 이번엔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어요.피코가 앞발을 팡팡 구르며 너무 좋아했어요.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갔어요.그때까지만 해도그냥 산책이 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.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. 그런데 얼마 걷지 않아피코가 묽은 변을 싸고,세 발자국을 걷더니 토를 했어요. 아, 그랬구나…그걸 보자그제야 상황이 이해됐어요. 그때 피코가뒷발을 세차게 차더니스스로 신호를 주는 듯,앞발을 팡팡 두 번 구르고신나게 뛰어나갔어요.시원했는지,살 것 같았는지. 그 모습을 ..

피코는 세 살 때 저에게 왔어요. 추운 어느 겨울날, 앙상한 몸으로 바깥에 묶여 있는 점박이 작은 강아지, 피코를 처음 보았을 때, 이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.하지만 그때 저는 혼자 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잘 돌볼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되었어요.‘이 아이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 텐데…’‘지금처럼 일이 바쁜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…’게다가 그곳은 아주 작은 소도시여서, 동물병원조차 없는 환경이었어요.그럼에도 불구하고, 피코의 슬픈 눈망울이 계속 아른거려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. 마치 '나를 데려가줘요.' 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거든요.결국, 저는 피코를 데려오기로 결심했어요.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.현관문 앞에서 키패드를 누르고 문을 ..